9월의 어느 날, 국내에서 핫한 비즈니스호텔 호텔리어 세 명과 함께 ‘호텔과 IT’를 주제로 담소를 나눴다. 독립호텔과 체인호텔, 그리고 지역과 규모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그들이 전하는 말은 놀랍도록 현실적이었다.

호텔 예약 현황은 어떤가
황수정(신신호텔 총지배인, 이하 황)_ 호텔마다 마켓 세그먼트가 다르겠지만 보통 1급호텔은 온라인 비중이 높다. 신신호텔의 경우 온라인이 60%, 법인계약 10%, 다이렉트 부킹 15%, 나머지가 인바운드 또는 워크인이다. 먼저 온라인 고객의 구분이 애매해졌다. 법인 계약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면서 온라인 예약 고객의 비즈니스/레저 구분이 어렵다. 다이렉트 부킹을 늘리는 것이 모든 호텔의 공통과제인데, 모바일 이용 고객이 늘고 있어 모바일에 최적화된 PC 사이트로 운영 중이다.
고수정(크라운파크 호텔 마케팅 과장, 이하 고)_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OTA가 활발하지 않았다. 2010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크라운파크 역시 온라인이 60%, 기업이 10%, 인바운드가 20%로 정도인데 이 인바운드도 대체로 FIT 위주다. 외국관광객 뿐만 아니라 내국인 레저고객의 수도 2010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호텔 홈페이지는 PC 사이트를 먼저 오픈했는데 모바일 접속자의 이탈율이 높았다. 모바일 사이트를 개설하니 접속자 뿐만 아니라 예약도 크게 늘었다. 지금은 PC와 모바일이 반반 정도에 이르렀다.
권예리(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대리, 이하 권)_ 위치가 명동이 아니어서 중국의 강세는 드러나지 않는다. 글로벌 체인, 특히 메리어트의 경우 로열티 프로그램의 파워가 막강하다. 외국인의 경우 주중 메리어트닷컴을 통한 예약이 상당수며, 내국인은 주말 레저로 확실하게 구분이 된다.

CRM에 대해서, 그리고 모바일을 통한 가능성은
권_ 메리어트의 경우 호텔 브랜드에 따라 적립율이 다르다. 메리어트닷컴을 통한 예약자에 대해 체크인 48시간 전 주요 6개 언어(한국어도 가능)로 채팅이 가능하다. 고객은 투숙 전 문의나 다양한 요구를 할 수 있다. 앱을 통해 진행되며 통합 센터 직원이 이를 관리한다. OTA를 통해 들어온 고객에게 제공되지 않는 제한적인 서비스다. 개인적으로 이것과는 별개의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데, 좀 더 쌍방향으로 소통이 가능했으면 한다. 고객의 요청사항도 있지만 호텔측에서 알려야할 사항도 있다. 메리어트닷컴은 메일에다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내국인 고객이 잘 읽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간단한 메시지 정도를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_ 독립호텔의 경우 글로벌 체인처럼 본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따로 CRM은 없고 나름대로 OTA 비중을 낮추고자 ‘최저가 보장’과 ‘음료 쿠폰’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대형 OTA의 마일리지에 흥미를 가진 고객에게서 얼마나 경쟁이 될지는 의문이다. 모바일 쪽으로는 작년에 ‘비콘’이 큰 이슈였다. 반응이 폭발적일 줄 알았으나 흐지부지해졌다. 국내 다른 산업에서도 대중화가 안 됐는데 호텔업계에 도입은 더욱 힘들 거라 예상한다.
황_ 독립호텔은 아무래도 프로그램으로 서포트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약하다. 고객의 재방문 유도가 핵심인데 결국 직원들끼리 PMS를 활용한 규칙 등을 만들어 관리한다. 모바일의 경우 결국 마케팅 위주로 활용하게 된다. 모바일 시장을 무시할 수 없지만 결국 비용대비 효과의 문제다. 대부분의 독립호텔이 이 부분에 대해 과감히 투자하긴 어렵다고 본다.

SNS의 트랜드에 대해서는
황_ 다양한 플랫폼이 있었지만 결국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아닌가 싶다. 이 SNS 플랫폼을 놓고 봤을 때 패션 등 다른 산업군에 비해 호텔업은 후발주자라고 생각한다. 유행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그 이전에 활성화 자체가 안 된 느낌이 강하다.
고_ 가장 먼저 유행한 것은 트위터라고 생각한다. 당시 호텔은 드물게 더 플라자가 기억나고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이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호텔은 이미지가 중요하지 140자 이내의 글로 고객을 유혹하기는 쉽지 않다. 이어서 등장한 페이스북이 강력해지고 뒤이어 인스타그램이 나타났다. 점차 시들해진다하지만 페이스북은 여전히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 단 페이스북의 효과는 ‘진짜’ 고객을 대상으로 할 때다. 워낙 체리피커가 많아 이점에 유의해야 한다. 내국인 대상으로는 매신저인 카카오톡이 있는데, 플러스 친구 가격은 월 천만 원 대라 큰 기업이 아니면 운영하기 힘들어 보인다.
권_ 카카오톡이 의외로 효과가 있다. 비용이 발생하는 플러스 친구 말고 무료인 옐로 아이디를 활용해본 결과 고객 반응이 제법 있었다. 호텔의 오퍼를 받고 채팅창에 바로 예약문의를 하는 고객이 있어 8월 실적이 좋았다.
고_ 관리를 잘 한다면 문제가 안 되지만 여러 채널을 신경쓰다보면 반드시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 한 번은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호텔에 문의를 남긴 적이 있었는데 이틀 뒤에야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경우, 도리어 호텔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
황_ 해야 할 것도 많고 채널도 증가하는데 이 모두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인력의 문제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한다.

▲ (왼쪽부터) 고수정 지배인, 황수정 총지배인, 권예리 지배인

키리스 시스템, 긍정적인가
황_ 호텔다움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부정적이지만 결국 도입으로 가지 않을까? 4년 전 메리어트, 그리고 이어 스타우드가 키리스를 발표했다. 독립호텔에서는 도어락 업체와 인터페이스 문제가 야기된다. 솔루션이 한 업체와 매칭이 되기 때문에 기존에 터치식 키에 엘리베이터까지, 호텔 전체를 뒤집어야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이 역시, 비용의 문제다. 이런 비용에 대한 부담을 대신하겠다는 업체들도 있는데, 반드시 해당기업의 앱을 통해서만 가능하니 노출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신분위조나 성매매 등 안 좋은 루트로 사용될 여지가 많아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권_ 메리어트의 경우 키리스를 하고 있는 호텔이 현재 17여 곳 정도 된다. 신규로 지어진 호텔에 시범케이스로 진행 중이며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 분포되어 있다.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신규호텔이 아닌 이상 쉽지 않을 것이다. 좀 더 고객 반응을 봐야할 것이다. 모바일 체크인 기능이 있음에도 아직까지 고객은 메일이나 전화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고_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일단 보안에 취약성이 너무 크다. 범죄는 상상치 못한 부분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아직 성공사례도 없지만 부작용이 전혀 가늠되지 않는다. 키리스를 통해 체크인을 하는데 또 다른 키가 필요하다면 결국 프런트에 올 수 밖에 없다. 그럼 키를 객실에 두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키리스를 이용할 고객을 사전에 파악해 결국 누군가가 객실에 키를 두고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럼에도 만약 키리스가 대중화가 된다면, 로열티 프로그램의 일부로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흐지부지된 비콘의 화려한 부활도 예상된다.

그렇다면 키오스크는
고_ 프런트데스크 직원이 없어지게 된다면? 이건 호텔 존폐의 문제다. 호텔 오너는 좋아할 것 같다.
권_ 호텔이 단순히 돈을 버는 일로 전락할 것이다. 인적 서비스에 따른 호텔의 양극화가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