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초반의 영광을 뒤로 하고 빠르게 증가한 호텔 객실은 투숙객을 찾아 다양한 채널로 판매를 모색하고 있다. OTA에 의존하게 되고 소셜커머스와 데일리앱까지 기웃거리는 와중에 단순 가격 경쟁이 아닌, 감성의 콘텐츠로 승부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만나게 됐다. 호텔 패키지와 더불어 어메니티 판매까지 나선 29CM. 라이프스타일 온라인 숍으로 유명한 그들을 만나보았다.

▲ 29CM 프레젠테이션 페이지

29CM가 낯선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소개를 부탁한다
이은비 디렉터(이하 이)_ 29CM는 라이프스타일 셀렉션 숍으로 온라인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5년 정도 된 회사로 기존의 온라인 숍이 가격 경쟁에만 의존하게 되는 것을 탈피하기 위해 시작됐다. 홈페이지를 보면 자체 촬영한 이미지와 콘텐츠가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소비자는 소비를 하나의 문화로 이해한다. 티셔츠 한 장을 사더라도 몇 푼 더 저렴한 걸 사려는 게 아니라 가치를 보고 판단한다. 29CM는 개성이 있고 훌륭한 브랜드를 저렴하게 선보이는 곳이 아니라, 제대로 그 가치를 알 수 있게 소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좋은 브랜드를 좋다고 말할 수 있는 플랫폼 하나는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29CM는 미디어팀에만 15명의 직원이 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29CM의 CM을 각각 커머스(Commerce)와 미디어(Media)의 약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커머스 미디어는 단순히 기사나 광고를 보기 위해 독자가 찾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기 위해 찾는 고객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즐기는 형태로 이뤄진다. 구매에 대한 욕구가 있다보니 좀 더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고 하나의 팬덤이 형성된다. 그래서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29CM의 콘텐츠를 구독하는 고객의 수가 상당하다. 29CM는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을 노출하지 않는다. 업체에서 광고비를 제공하지만 29CM와의 콘셉트와 적합하지 않다면 더 폭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낭비하는 거라 생각해 정중히 거절한다.

29CM에서는 언제부터 호텔 패키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는지
김유림 PM(이하 김)_ 작년 연말이었다. 호텔을 단독으로 한 건 아니었다. 당시에 카테고리에 있던 컬처 부분에 호텔을 포함했다. 컬쳐 캘린더라고 해서 연말에 놀 거리가 없는 고객들에게 공연과 맥주투어, 전시티켓 등의 상품과 함께 호텔을 포함해 잡지처럼 구성, 판매했다. 당시에는 네스트 호텔과 신신호텔, 글래드 호텔 여의도, 메종 글래드 제주가 참여했다. 그렇게 컬처 캘린더는 올 2월까지 진행했다. 컬처 팀에서 미디어 팀으로 이동이 되면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올해 호텔만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됐다.
이_ 29CM는 아무래도 패션이 주력 상품이긴 하지만 못 파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호텔뿐만 아니라 여행의 경험인 에어비앤비와도 협업을 했었다. 내년에는 자동차도 진행할 예정이다. 29CM는 올해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자신이 원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한 가지 자유롭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김유림 매니저는 호텔을 매우 좋아하고 지난해 경험도 있어서 호텔을 프레젠테이션하기로 결정했다.

▲ 각각의 키워드로 소개하는 호텔

호텔을 섭외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또 호텔을 선정하는 기준은
김_ 개인적으로 호텔을 좋아해서 어려움은 없었다. 처음부터 우리가 직접 나서서 찾은 건 아니다. 네스트 호텔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네스트 호텔은 평소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데, 29CM의 참여브랜드 중 하나인 아이졸라와 협업으로 객실을 꾸몄다. 이 객실을 판매하기 가장 적합한 채널을 찾다가 29CM로 결정된 것이었다. 29CM의 타깃 고객을 생각해봤을 때 기존의 5성급 럭셔리 호텔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신선하고 새롭고 과시적이지 않은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게 더 어울린다고 봤다. 진정성이 있고 드러내지 않아도 알아주는 고객이 있는 호텔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_ 29CM의 고객들은 SNS 등을 통해 트렌드를 선도하는 분들이 많다. 그렇다보니 그들이 원하고 선호하는 호텔을 선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29CM가 대체할 만한 플랫폼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미 호텔 측에서 우리를 잘 알고 있고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또 지난번 컬처 캘린더 등을 통해 호텔을 상대하는 노하우도 생겼다.

▲ 핸드픽트호텔 어메니티

▲ 신신호텔 어메니티

이번 프레젠테이션의 특징은
김_ ‘호텔에서 노는 하루’를 포인트로 잡았다. 요즘 고객은 호텔을 숙박 이상의 것으로 생각한다. 잠만 자고 말 호텔을 선택하지 않았다. 문제는 너무 많은 스토리를 페이지에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서 호텔 자체 어메니티 판매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어메니티를 판매하지 않는다면기존의 패키지 판매 채널과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생각했다. 삶에서 내 집도 호텔처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어메니티 판매라고 봤다. 판매를 결정한 호텔은 자체 어메니티를 갖춘 총 네 곳. 신신호텔, 핸드픽트호텔, 호텔 카푸치노, 글래드 라이브 호텔이었다. 호텔 각각 키워드를 서비스, 슬로라이프, 유니크, 앤조이로 잡고 개성을 부여했다. 기획회의에서 결정이 나면 포토그래퍼와 디자이너와 함께 페이지 작업을 진행한다. 직접 호텔을 찾아가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고자 하는 말은 많았지만 너무 많은 페이지는 고객에게 지루하게 다가갈 수가 있어 많이 덜어낼 수 밖에 없었다. 좀 아쉬웠다.

▲ 29CM에서 직접 인터뷰한 페이지

호텔 판매의 성과와 향후 전망은
이_ 매출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꾸준히 정기적으로 판매하는 부분에서는 회의적이다. 보통 하나의 프레젠테이션은 2주 정도의 선에서 끝내야 한다. 일반적인 프레젠테이션은 브랜드 단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건은 하나의 프레젠테이션에 네 곳의 호텔을 방문해야 했다. 효율적이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29CM는 미디어가 아니고 ‘숍’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김유림 매니저의 호텔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진행되지 않았을 프로젝트다. 사실 호텔 침구를 판매하는 부분도 생각해보았는데 호텔 측에서 배송 등의 문제가 있어 진행할 수 없었다. 어메니티의 판매도 좀 더 적극적으로 했다면 매출이 높을 수 있었으나 호텔마다 수량의 문제가 있었다. 매출 결과는 좋으나 한계가 뚜렷했다. 또한 호텔을 판매하는 채널이 다양하다는 점도 아쉽다. 29CM는 단독으로 판매했을 때 그 시너지가 크다. 다만 29CM의 타깃된 고객들에게 적합한, 콘텐츠적인 이슈가 있다면 호텔 단독으로 팝업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9CM 호텔 PT 링크(현재 판매종료)_ http://pt.29cm.co.kr/hotel#cover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