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처럼 습한 날씨의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앰배서더 스위트에 세 남자가 모였다. 호텔이야기만 가지고도 부족했던 두 시간. 좋은 이야기도, 안 좋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새겨들을만한 내용을 추려서 소개한다.

▲ 왼쪽부터) <kradle.net>을 운영하는 이석민 씨, <staycation.blog>을 운영하는 정슬기 씨

간단한 자기소개와 더불어 호텔에 관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듣고 싶다
이석민_ 재활의학과 전문의고 현재 군복무 중이다. 아무래도 호스피탈리티 산업이기 때문에 호텔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어려서는 여행을 좋아했고 자연스레 숙소를 찾게 됐다.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사진을 좋아해서다. 현재 <Kradle.net>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호텔 한정이 아니라 다양한 관심사를 다루는 개인블로그다. 호텔 투숙기를 남기게 된 것은 초기 호텔 예약 사이트나 다른 블로그의 글 속 사진들이 와닿지 않아서다.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잘못된 정보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슬기_ 평범한 20대 직장인이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지방에 내려서 근무를 하는데, 주말에 약속을 잡으면 꼭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자연스럽게 숙소를 잡아야 하니 주로 호텔을 이용하게 됐다. 앞서 이석민 님의 말처럼 인터넷 웹사이트의 정상적이지 않은 투숙기, 바이럴 마케팅 등의 글에 대한 괴리감이 심해서 직접 쓰기 시작했다. <staycation.blog>를 운영중이며, 처음엔 인터넷카페에 위주로 쓰다가 최근 블로그로 전환했다.
이석민_ 원래 호텔이 아닌 다른 분야의 블로그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어 바이럴 마케팅이 어떤 형태로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 호텔업계는 유독 심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처음에는 정슬기 님도 살짝 오해할 정도로 친절하게 포스팅을 해서 대단하다고 느낀다. 나는 좀 불친절한 편이다. 답글도 잘 안단다.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 현재 호텔 숙박 포스팅은 90여 건 정도 된다.
정슬기_ 블로그를 운영한지는 10개월 정도 됐다. 호텔 숙박은 60건 정도, 식음시설 내용은 80건 정도 업로드했다. 이석민 님보다 호텔 식음시설에 대한 포스팅이 많다. 점차 새로운 호텔 보다는 익숙한 호텔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 점차 포스팅 증가 수는 줄지 않을까 예상한다.

▲ Kradle.net

서울에서 베스트 호텔 다섯 곳을 고르라면 어디를 추천하겠는가
정슬기_ 네 곳 까지는 바로 떠올랐는데 다섯 번째가 어려웠다. 브랜드 스탠더드가 잘 갖춰져 있고 문제가 잘 발생하지 않는, 설령 문제가 생겨도 대처가 훌륭한 호텔들이 우선순위에 들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콘래드 서울 그리고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이다. 도미인 프리미엄 서울 가로수길은 그야말로 ‘가성비의 끝판왕’이다. 9만9000원 객실요금 만으로도 납득이 가능한데 여기에 조식 퀄리티도 훌륭하다. 돈을 벌어가는 호텔 느낌이다. 새롭게 리노베이션한 G2 명동도 뻔한 비즈니스와는 다른 느낌이다. 레스토랑도 서래마을에 있는 레스토랑을 고스란히 가져왔고 객실에 쓰는 자재도 럭셔리 호텔에서 사용하는 것들이 종종 보인다. 서비스야 과거 그랜드 명동호텔의 전통이 이어지니 나무랄 곳이 없다.
이석민_ 즉흥적으로 답하면 콘래드 서울, 포시즌스 호텔 서울, 서울 신라호텔, 밀레니엄 서울힐튼 그리고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다 강북이다. 최근 만족도로 보면 파크 하얏트 서울을 무조건 넣고 싶은데, 일단 이렇게 다섯 곳을 선정했다. 기준은 서비스와 호텔의 일관성이다. 객실 안에서 온전히 휴식하는 느낌을 선호한다. 최근 콘래드 서울의 가성비가 너무 훌륭하다.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다. 콘래드 서울과 밀레니엄 서울힐튼 때문에 ‘힐튼’ 브랜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SPG나 메리어트 리워드나 플래티넘 등급이 아니면 혜택이 만족스럽지가 않아서 이기도 하다.

▲ staycation.blog

로열티 프로그램이 언급됐다.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정슬기_ 웬만한 맴버십과 로열티 프로그램은 가입이 되어있다. 다만 주력으로 쓰는 건 몇 개 안 된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프로퍼티 규모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메리어트 리워드는 골드 등급만 되어도 클럽라운지 이용, 객실 업그레이드 등이 잘 돼 이용을 자주한다. 맴버십 유지에 좋은 것은 아무래도 비즈니스호텔 증가와 밀접하다. 코트야드나 알로프트 브랜드는 회원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데 이런 호텔을 이용하며 숙박수를 확보해 럭셔리 세그먼트에도 숙박을 하고 싶게끔 만들어 준다. 클럽라운지, 객실 업그레이드, 무료 조식 같은 걸 생각하면 가끔 호텔에 남는 게 있나 싶을 정도인 가격도 있다. 그래서 하얏트가 조금 아쉬울 때가 있다. 하얏트 플레이스 같은 브랜드가 있었다면 파크 하얏트나 그랜드 하얏트의 문턱이 좀 더 낮게 느껴졌을 수도 있으니까. SPG나 메리어트의 성장에는 비즈니스급 호텔의 약진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염두했으면 좋겠다.
드물게 로컬 호텔 그룹의 맴버십도 가지고 있는데, 가끔 직원조차 맴버십을 잘 모를 때가 있다. 업그레이드 같은 혜택을 신경 안 써주거나, 도리어 무슨 맴버십인지 묻는 경우도 있다. 가성비가 참 좋은 맴버십인데 사용할 때마다 아쉬운 점이 있다.
이석민_ 역시 웬만한 로열티 프로그램은 다 가입되어 있다. 최근에는 힐튼을 주로 사용한다. 스타우드 계열의 호텔을 자주 이용했는데 골드 등급으로 올리기 가장 쉽기 때문이다. 메리어트와 합병이 되면서 메리어트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아직 메리어트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국내에 많이 없다. SPG 등급 올리는 이유 중 나는 힐튼 때문이기도 하다. 스테이터스 매치를 잘 해준다. 힐튼 골드 등급은 다른 로열티 프로그램의 플래티넘 등급 만큼이나 많은 것을 제공한다. 아코르도 좋아하는 편인데 해외에서 이비스를 잘 이용한다.

가장 많이 방문한 호텔은 어디인가
정슬기_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이다. 아마 10번 넘게 방문했을 것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총지배인이 나에 대해 배려를 많이 해주기 때문이다. 식음시설도 만족스럽다. 호텔 바를 대부분 가봤는데 ‘더 그리핀’이 좋았다. 바텐더의 서비스가 좋다. 물론 고가의 호텔이지만, 그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호텔이 좋은 이유는 재방문 고객에 대한 배려가 확실하다. 업그레이드도 순서가 있을 텐데 잘 챙겨주고 시기를 놓친 패키지 상품도 객실예약과에 전화로 문의를 하니 구입할 수 있게 도와준 적도 있다. 다른 호텔 객실 예약과에도 통화를 많이 한 편이지만 이 정도까지 대해주는 곳은 없었다.
이석민_ 밀레니엄 서울힐튼이다. 결론적으로는 결국 사람이다. 그 호텔에는 나를 알아보고 잘 대해주는 호텔리어가 많다. 말뿐인 ‘내 집 같은 편안함’이 아니다. 언제나 사람이 집에 혼자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사람이 좋다고해도 밀레니엄 서울힐튼이 감당 못할 정도로 비쌌다면 자주 가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공격적인 콘래드 서울 때문에 크게 갈등하기도 하지만 결국 발길이 더 많이 간 곳이 밀레니험 서울힐튼인걸 보면 사람이 먼저다. 의사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직원의 처우도 보게 된다. 송도에도 자주 가는데 지난 6월 쯤 쉐라톤 그랜드 인천에 방문했다. 갑작스럽게 서비스가 대폭 개선되어 무슨 변화가 있나 살펴보니 인턴십을 통해 젊은 친구들이 많아졌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결국 직원 처우가 반영되어야 호텔이 좋아지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정슬기_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가끔 호텔 객실에 여유가 없어 객실 업그레이드를 못해주는 경우가 있다. 이때 직원의 친절한 설명이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설명을 안 하면 신뢰를 잃고 재방문을 꺼려하게 된다. 대화가 중요하다. 고객과의 소통을 좀 충실히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로컬 호텔 중에서는 KY 헤리티지 호텔 동대문이 좋았다. 친절한 직원들의 설명도 좋고, 애교스럽게 편지로 다이렉트 부킹 가격을 전달해준다. 그렇게 되면 향후 다이렉트 부킹으로 그 호텔을 재방문 하고 싶어지고 그렇게 하게 된다.

▲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앰배서더 스위트

호텔을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이석민_ 호텔 선택 기준은 양극화가 심하다. 난 기준을 ‘20/40’으로 잡는다. 20만 원과 40만 원 사이의 가격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 20만 원 아래거나 40만 원 이상만 생각한다. 그 중간의 애매한 가격의 호텔은 이용할 때 조금 망설이게 된다. 20만 원 이하의 호텔은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20만 원 아래의 비즈니스급 호텔은 빨리 키오스크 등을 도입해서 가격을 10만원 초반대로 낮추면 더 많은 수익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런 호텔은 숙박이 목적이고 호텔 안에서 무언가를 즐기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럭셔리 세그먼트의 호텔은 40만 원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며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줬으면 한다. 더 많은 인간적인 터치, 더욱 럭셔리한 객실과 서비스. 앞으로도 점차 호텔산업은 이렇게 양극화가 되지 않을까?
정슬기_ 호텔을 어쩔 수 없이 오로지 숙박이 목적인 사람과 호텔을 즐기는 사람으로 나뉜다. 최근 트렌드인 ‘욜로’ 같은 것과 겹치며 호텔에서 소비하기로 마음 먹은 고객도 있을 것이다. 호텔 입장에서는 개발 단계부터 콘셉트를 잘 잡아야 할 것이다. 비즈니스호텔은 무조건 가성비, 럭셔리하게 갈 것이라면 어중간하게 하지 말고 제대로 해야 좋다. 최근 럭셔리 호텔을 표방하면서도 객실 평수가 작은 호텔이 있다. 객실 안에 아무리 다이아몬드를 박아놔도 객실 사이즈가 작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객실료는 높게 받으면서 그런 공간적인 만족도 못주는 콘셉트를 잡은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전 세계 방문한 호텔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정슬기_ 오사카에 위치한 메리어트 미야코 호텔. 제일 높은 빌딩에 위치해 뷰가 훌륭하다. 올해만 두 번, 총 6박을 지냈다. 가성비가 좋고 응대가 좋다. 시기가 맞으면 클럽룸 기준으로 20만원 중반대로 즐길 수 있다. 이곳 역시 재방문 고객에 대한 대응이 좋다. 처음 방문할 때는 업그레이드를 못 받았는데, 다음 방문에 이를 기억하고 7~8단계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그리고 먼저 방문에 이용한 식음시설에 대한 리스트가 객실에 있었는데 지난번 이용은 이거였으니, 이번엔 이 요리가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다. 메일로도 사전에 물어봤다. 유명 레스토랑의 창가석을 잡기가 쉽지 않은데 미리 도와주려 한 것이다.
이석민_ 해외를 많이 안 다녀서 비교 위를 할 수 없지만, 우선 세인트 레지스 방콕을 들 수 있다. 그 가격에 세인트 레지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개인적으로 만족한 호텔은 반얀트리 웅가산 발리. 남들은 신혼여행으로 가지만, 그냥 여행으로도 너무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명상음악과 분위기에 저절로 힐링이 됐다. 리조트는 외부 식당 이용이 어려운데 식음시설도 훌륭했다.

▲ 두 남자의 호텔 방문 애장품. 카메라는 부담스러운 DSLR 대신 콤펙트 카메라로 휴대.다양하게 가입한 로열티 프로그램 및 맴버십.휴대용 커피기기와 책, 태블릿 PC 등을 함께 가지고 간다. 호텔 펜과 엽서 등은 반드시 챙겨온다.

제일 마음에 드는 호텔 서비스는
이석민_ 아직 미혼이라 혼자 잘 때가 많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보니 레이트 체크아웃이 가장 좋다. 가끔 업그레이드가 돼서 스위트에서 혼자 잘 때도 있는데 그 시간이 너무 편안하다. 네 시까지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을 즐긴다. 그래서 조식을 잘 먹으러 가지 않는다. ‘왜 날 아침에 나오게 하나’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클럽라운지 이용도 즐긴다. 거기서 ‘여행자의 공간’ 책의 저자처럼 무언가를 만든다. 호텔 엽서에 편지를 쓰기도 하면서 그 시간을 보낸다.
정슬기_ 아무래도 클럽라운지 입장이다. 가성비에서 차이를 주는 건 바로 클럽라운지 혜택이 아닐까. 조용하고 음식이 맛있는 클럽라운지는 호텔을 다시 오게 만들고 싶은 매력이 있다. 호텔 측에는 미안하지만 클럽 라운지는 한산한 게 좋다.

호텔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석민_ 먼저 ‘호텔아비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좀 더 젊은 호텔리어들의 목소리를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슷한 나이대의 호텔리어의 삶을 조금 바라보고 싶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또 내가 그들에게 블랙컨슈머는 아닌지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최근에는 콤팩트 카메라를 이용하는데 과거 DSLR을 사용했을 때 근무자들이 불편해하는 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카메라로 관광객인 것처럼 다닌다. 호텔도 평가를 받지만, 나도 피드백을 받고 싶다. 그간 호텔아비아는 호텔 개발자나 임원급 호텔리어들이 대다수 등장해서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정슬기_ 세인트 레지스 오사카에 투숙할 때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직원이 다가와 ‘정님 아니십니까’라고 물어봤다. 놀랐다. 어떻게 알았을까? 네임택도 없는 나를. 이런 디테일한 서비스가 고객을 감동 시킨다. 국내 호텔은 이런 부분이 좀 부족하다. 국내 모 호텔의 경우 1년 전, 6개월 전 그리고 최근에도 홈페이지 Q&A 섹션에 질문했는데 답이 없다. 세 번 다.관리가 안 되는 거다. 굳이 버틀러 서비스를 하지 않고 컨시어지만 운영이 잘 되어도 버틀러 서비스를 갖춘 호텔 이상으로 잘 운영할 수 있다. 매번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생각하지 말고 이미 있는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하여 기본적인 걸 완벽하게 해냈으면 좋겠다.
이석민_ 호텔에 바라는 점은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다. 호텔을 다니다보니 어느 순간 정규직 직원과 계약직 직원의 차이가 보인다. 내가 호텔 평점을 안좋게 매겨도 계약직 직원이 관심이나 있을까? 기사를 보면 임원급 인터뷰는 대부분 ‘사람’에 대해 말하는데, 실제로도 나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