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소개팅 해줄 여자가 넷 있다.
한 명은 대기업 다니는데 명문대 출신이래. 다음은 학교 선생님이고 집안도 좋지. 또 하나는 기자인데 무지 야무지고 똑똑해. 마지막은 호텔리어야. 특급호텔 다녀. 누구 만날래?

이런 질문에 남자들은 거의 대부분 ‘호텔리어!’를 외친다. 왜냐고 물으면 보통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어감상 ‘호텔리어’는 왠지 신비롭기 때문이다. 항공사 승무원처럼…….

‘미모의 호텔리어’를 상상해보자. 그녀는 유니폼을 입고 있거나 짙은 색 수트를 입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늘씬한 몸매는 기본, 도도하고 차분한 얼굴이지만 친절하다! 거기에 지적인 매력까지!! 세상에 이런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도 있을까?

자, 그러면 ‘미모의 호텔리어’를 찾아 호텔 회전문을 밀고 들어갈 차례다. 어디에 있을까? 호텔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미모의 호텔리어들은 일단 로비에 있다. 프런트데스크, 컨시어지, 로비라운지 등등 로비에서 왔다 갔다 하는 직원들은 호텔에 방문한 고객을 가장 먼저 응대한다. ‘호텔의 얼굴’인 셈이다. 예쁜 여자에게 침 뱉는 미친놈이 있을까. 미녀는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에게도 호감을 준다. ‘미소’보다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강력한

친절은 ‘미모’다. 중식당과 일식당, 클럽라운지, GRO 등 VIP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들이 예쁘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매거진에 등장한 사진을 보고 PR담당자들은 ‘걸그룹 수준’의 미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얏트 체인에 속한 호텔에서 세일즈 관련 업무를 하는 진명옥(가명)은 “호텔이 갖고 있는 아우라가 그녀들을 돋보이게 만든다”라고 주장한다.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그랜드 하얏트 서울처럼 로비 분위기가 사람을 압도하는 곳에서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호텔 내부 공간들은 대부분 은은한 간접조명을 쓰는 탓도 있다. 일종의 ‘조명빨’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미모의 호텔리어’라서 여자들이 예뻐진다는 주장도 있다. 여대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여자놀이’에 눈을 뜬다는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유니폼이 갖는 힘도 크다(남자들은 모든 유니폼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출근길에는 수수하게 차려입고 나오지만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순간 그녀들은 ‘미모의 호텔리어’ 특유의 ‘포스’를 내뿜는다. 유니폼을 입고 손님을 맞는 다수의 호텔리어들은 “옷을 입은 순간 출근을 했고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 드는 것 같다. 그러면 자동으로 미소가 장착되는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호텔들의 유니폼은 고급스럽지만 튀지 않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추세다. 물론 존재감이 튀는 유니폼도 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메이드복이다. 이 옷에 열광하는 이상한 남자들도 있지만 아쉽게도 호텔 복도에서 만나는 메이드 직원들은 ‘고우신 누님’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당신이 만난 ‘미모의 호텔리어’가 유니폼 대신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고 가슴팍에 호텔 명찰을 달고 있다면 아마도 백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원임이 분명하다. 이들 역시 일종의 보이지 않는 유니폼을 입고 있다. 호텔은 보수적인 곳이다. 자체적인 복장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특히 하얏트 계열 호텔들은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는 직원들에 대한 복장 규정이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하얏트에 근무하는 미녀들의 옷장에는 검정색 옷들만 가득하다(하지만 블랙은 가장 강렬하고 섹시한 컬러다). 구두는 앞뒤가 막혀 있는 것만 허용된다. 복장뿐만 아니라 헤어스타일과 화장도 체크 대상이다. 그랜드 하얏트 인천의 PR담당자 안보영(가명)이 밝힌 그랜드 하얏트 인천의 두발 규정은 아래와 같다.

단발머리나 포니테일을 한다. 머리 길이가 자켓 칼라에 닿으면 포니테일로 단아하게 묶고, 잔 머리는 최대한 없도록 스타일링 한다. 여성 직원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정한 화장으로 손님들에게 밝고 화사한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한다. 마스카라와 립스틱을 갖춘 풀 메이크업으로 준비된 전문직 여성의 느낌을 선사하고 액세서리는 반지 하나와 부착형 귀걸이가 허용된다.

메이크업에 관한 규정은 파크 하얏트 서울이 가장 깨알 같다. 립스틱과 아이라이너, 볼터치 등 색조화장품의 컬러와 톤이 ‘특정 브랜드의 몇 호’라고 명확하게 지정되어 있다. 매뉴얼에 따라 화장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살짝 강한 느낌이 든다. 글로벌 기준과 한국 여성들의 화장에 대한 취향이 조금 다른 탓이다. 이 호텔이 직원들의 풀 메이크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빈틈없는 프로다운 모습’이 손님을 위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 차원이라는 논리가 기본이 된다.

다소 딱딱해 보이는 규정이지만 최근에는 조금 다른 사례들도 많다. 웨스틴 조선호텔은 지난 2007년 베키아 앤 누보를 오픈하며 전형적인 호텔리어의 헤어스타일인 ‘쪽머리’ 대신 펌 단발 등을 허용하며 젊은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W 호텔 브랜드의 복장 규정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스마트하고, 자신감 넘치고, 멋진 모습’이 W 호텔 직원이 갖춰야 하는 외모다. 개성을 반영한 패션을 선호하지만 깔끔하고 스타일리시한 모습이 요구된다. W의 패셔너블한 복장 정책에 대해 감각적인 젊은 고객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였고 브랜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W의 시스터 브랜드 알로프트 서울 강남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이 호텔의 PR을 담당하는 아일라 박(가명) 매니저는 “미모의 호텔리어는 바로 나”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존재감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것이 다른 호텔과 다르다. 감각적인 패션으로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그녀는 “직원과 손님이 함께 공간의 분위기와 호텔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개성을 인정해줘도 어려움은 있다. 호텔리어는 화려해 보이지만 박봉이기 때문이다. ‘패션의 완성은 연봉’이라는 진리는 ‘미모의 호텔리어’들에게 가장 큰 벽으로 다가온다.

‘미모의 호텔리어’들은 각 호텔별로 스타일이 다르다. 롯데 호텔에는 키가 큰 미녀들이 많다(높은 건물을 좋아하는 오너의 성향 때문은 아니다). 웨스틴 조선호텔에도 100년의 역사만큼 많은 미녀 직원들이 존재했는데, 우아하지만 친근한 이미지가 공통점이다(2014년 현재 이 호텔의 최고 미녀는 호텔 정문 기준으로 좌측과 우측에 1명씩 포진해 있다). 신라호텔에 가보면 갸름한 얼굴에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직원들이 눈에 띈다. 모두 똑같이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어 일종의 착시현상(?)을 유발한다(로비의 더 라이브러리에 가보면 이해가 쉽다). 더 플라자 호텔에도 미녀들은 즐비하다. 최근 이 호텔을 유독 자주 찾아가게 되는데 “우리 호텔에는 은근히 글래머가 많다”는 관계자의 말에 현혹된 탓이다. 스타일 보다는 ‘젊음’이 아름다움의 기준이라 생각한다면 콘래드 서울에 가보자. 2년 전 새로 생긴 이 호텔에는 유독 아름다운 외모와 지적인 매력을 겸비한 어린 여자 직원들이 많다. ‘스마트하고 럭셔리한’그녀들은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이 호텔의 이미지와 묘하게 어울린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역시 어리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즐비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한국인 직원 일색인 우리나라 호텔들은 직원들이 비슷해 보이는 특징이 있지만 프랑스 같은 다인종 사회 국가 호텔들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파리에 있는 하얏트 체인 호텔에 근무 경험이 있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올리비에 신(가명) 지배인은 “다양한 인종의 미녀들이 서로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고 말해줬다. ‘미녀들의 수다’가 생각나는 답변이다.

호텔별로 다른 느낌도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미모의 호텔리어’들은 대부분 ‘어른들이 좋아하는 인상’이다. 그녀들은 나이든 고객들로부터 “우리 아들 한 번 만나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어르신들의 눈은 정확하다. 그녀들은 ‘일등 신부감’ 맞다. 그저 남친만 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여친이 글로벌 체인호텔들에 다닌다면 직원들에게 무료, 혹은 초저가에 객실을 제공하는 복지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다.

‘미모의 호텔리어’들은 시집을 잘 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특급호텔 고객층의 특성상 사회적, 경제적 레벨이 어느 정도 되는 남자를 만날 확률이 높다. 어느 호텔이나 ‘특1급 남정네’가 러브콜을 보내와 인생이 역전된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회자된다.

실제로 ‘미모의 호텔리어’를 와이프로 모시고 살면 어떨까?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종합해 보면 나쁘지 않다. 평생 여러 가지 득을 본다. 호텔에서 보고 배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일단, 결혼식을 마치고 집들이를 할 때부터 ‘상차림’이 다르다. 살림살이 하나 하나를 고르는 안목이 있어 삶의 질이 높아진다. 호텔리어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업무상 누군가를 함께 만나도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 준다. 어른들을 세심하게 케어하고 가족 구성원들의 분란(특히 울트라 진상급)이 생겼을 때 대처 역시 능수능란하다. 간단히 말해 “오빠는 니가 챙피해”라고 말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영어나 일어 등 외국어 능통자가 많기 때문에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미모의 호텔리어’들은 눈높이가 특1급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제대로 된 것을 원한다. 어설픈 이벤트로 감동을 주기는 어렵다. 호텔 패키지 예약해 놓고 생색내기 같은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차라리 소박하고 진심이 담긴 작은 것들이 그녀들에게 감동을 준다. ‘감정노동자’에 속하는 호텔리어들은 업무 강도 역시 높은 편이다. 그녀가 ‘마녀 호텔리어’로 돌변했다면 세심하게 헤아려주지 못한 남편 책임이 된다. 남편의 사랑이 ‘특1급’이 되어야 ‘미녀의 호텔리어’들은 와이프가 되어서도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이 싱글남이라면 어떻게 ‘미모의 호텔리어’에게 접근을 해야 할까? 답은 쉽다. 호텔에 손님으로 자주 가는 것이 정석이다. 경제적 상황이 그게 아니라고 해도 방법은 있다. ‘훈남 호텔리어’가 되면 그녀들과 사내커플로 맺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일단 호텔에 가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며 생각하자. ‘미모의 호텔리어’가 모두 ‘품절녀’가되기 전에 말이다.

_ 전경우 스포츠월드 기자

#1.이 글을 읽고 직접 호텔 로비에 가보면 늙수그레한 남자직원들이 더 많다고 실망하지 말자. ‘미모의 호텔리어’는 착한사람 눈에만 보인다.
##2.당신이 사회에서 ‘꼰대’라고 부르는 중장년 남성이라면 ‘미모의 호텔리어’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자. ‘특1급 재앙’이 당신에게 닥칠 수도 있다. 요즘 세상 무섭다. 한방에 훅~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