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봉봉 by Seoulodge

어중간한 비즈니스호텔, 어중간한 가격, 어중간하게 망해간다
비즈니스호텔의 정의는 비즈니스 트래블러를 대상으로 호텔의 3요소라 할 수 있는 편안한 잠, 따뜻한 샤워, 맛있는 조식 등 필요한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대신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는 형태의 호텔을 말한다. 레스토랑, 연회 등 부대사업을 철저히 제외한 형태로 오로지 객실 가격을 경쟁력으로 삼았던 비즈니스호텔은 최근 호텔신라, 롯데호텔 등 대기업의 시장진입과 글로벌 체인 브랜드의 진출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가격은 기존의 비즈니스호텔과 유사하지만 서비스 수준을 높여 특2급 수준의 퀄리티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5년까지 적용되는 ‘특례법에 의한 용적률 완화’로 인해 무분별하게 호텔이 들어서는 상황이니만큼 공급과잉의 우려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문제는 현재 자고 일어나면 들어서는 대부분의 호텔들이 비즈니스 트래블러가 아닌, 요우커 등 중국과 동남아 일대 외래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이 원하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하기 보다는 200개가 넘는 객실의 ‘중저가’ 호텔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즉, 특2급과 관광1급 수준의 호텔은 공급이 넘쳐나고, 정작 주 타깃으로 하고 있는 요우커를 위시한 관광객을 받아들일 저가 숙박시설에 대해서는 공급부족을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울트라 버짓(Ultra-budget)이라 부르고픈 그대
최근 비즈니스호텔의 흐름과는 달리 저가에 포커스를 맞춘 버짓 호텔이 국내기업으로 태동하고 있다. 현재 불법과 편법의 경계선에 모호하게 걸친 국내 저가 숙박시설 시장의 난립을 막고 서비스 기준을 통일해 나가는 게 이들의 콘셉트다. 해외시장의 사례로 들여다보면, 국가간 정치적 문제 및 경제상황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젊은층이 이용하는 저가 숙박시설은 일반 호텔에 비해 꾸준한 객실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중 울트라 버짓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가볍고 경쾌한 콘셉트의 국내 호텔 브랜드가 있다. 이들을 대표할수 있는 세 개의 브랜드는 서울로지호텔(The Seoulodge Hotel), 호텔 슬리피판다(Hotel Sleepy Panda), 그리고 서울 엔 호텔(Seoul N Hotel)이다.

▲ 호텔봉봉 by Seoulodge

먼저, 서울로지호텔은 2008년 런던 Claridge's hotel에서 경영회계사로 근무하던 신석재 대표가 서울과 런던의 호텔시장을 비교하면서 저가형 호텔 세그먼트가 미약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시작됐다. 영국의 사례와 자료를 찾던 중 트레블로지(Travelodge)에 감명을 받아, 서울로지(Seoul + Lodge)를 시작했다. 트레블로지는 1985년 20개의 객실을 갖춘 고속도로 주변 지방 모텔로 시작하여 1만 객실, 200번째 호텔을 2000년도에 오픈했다. 서울로지호텔은 한국의 현재 시장상황이 30년 전의 런던 시장과 비슷하다는 예상을 하고 있으며 향후 5년 안에 1000개의 객실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 타깃은 저가 FIT로, 젊은 외래관광객이 대상이다. 서울로지의 이름으로 선을 보인 ‘호텔봉봉 by
Seoulodge’의 경우 중문으로 SNS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Hotel Sleepy Panda

올해 10월 1호점을 론칭한 호텔 슬리피판다(유니너스 대표 김홍열)는 체계적인 브랜드 및 네이밍 개발을 통해 현재의 이름을 가지게 됐다. ‘슬리피’라는 숙소를 연상시키는 형용사와 아시아권에 익숙한 동물인 ‘판다’를 합친 이름으로, 귀여운 캐릭터 로고와 함께 주타깃이 누군지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호텔 슬리피판다 1호점은 지점명을 지역이나 상권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인근에 위치한 관광코스를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1호점인 ‘스트림워크(Stream Walk)’는 ‘청계천을 산책해보세요’라고 간접적인 홍보를 겸한다. 호텔 슬리피판다는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브랜드 개발과 인테리어 디자인 매뉴얼을 정리할 예정이다. 2016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비즈니스 홍보를 위한 사업 설명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함께 호텔사업 투자를 위한 전략 세미나 등을 계획하고 있다.

▲ Hotel Sleepy Panda

버짓호텔 전문 운영사인 호스텔코리아(대표 권진수)는 30객실 전후의 호스텔 브랜드인 ‘호스텔코리아’와 좀 더 발전된 형태인 ‘서울엔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두 브랜드는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저렴하고 트렌디한 숙박시설을 공통의 모토로 하고 있다.
서울엔호텔의 특징은 창의적인 객실을 자랑하는데 3층 도미토리, 3개의 침대, 세 가지 공유공간(오픈키친, 커뮤니티룸, 미팅룸) 등을 선보인다. 서울엔호텔은 밋밋한 잠자리보다 문화체험과 이국적인 만남을 중시하는 젊은 여행객의 트렌드를 반영, 부대시설의 빈약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서울엔호텔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갖추고 대신 고객이 셀프로 이용하도록 한다. 고객이 100% 사용하는 비품만을 비치하고, 제한된 서비스 비품은 고객이 실제로 사용한 것에 대해서만 지불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서울엔호텔은 지난 5월을 시작으로 2016년 6월 101개의 객실로 완공 예정이다. 서울엔호텔은 국내 최초로 완성된 디자인 호스텔의 첫 사례가 될 것이다.

▲ Seoul N Hotel

‘합리적 가격’ 타령, 깔끔하게 벗자!
과거 모 자동차 회사는 신차를 발표하며 이런 말을 했다. “가격은 100만 원이 올랐지만, 여러 가지 사항이 업그레이드 됐으므로 200만 원이 이득”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과거 비즈니스호텔보다 유무형으로 업그레이드가 된 ‘현재’의 비즈니스호텔은 서울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트렌디한 젊은 외래관광객은 1만 원을 더 내도 2만 원이 이득인 것처럼 느껴지는 호텔보다 1만 원이 더 저렴한 호텔을 선호한다. 만약 숙박시설에 가치를 두는 여행객이라면 비즈니스호텔 급이 아닌, 럭셔리 호텔을 선택할 테니까. 평소라면 모르지만 작금의 한국시장이라면 충분히 ‘합리적인’ 금액으로도 서울의 럭셔리 호텔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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