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일부터 새롭게 탈바꿈하는 두 호텔이 있다. 겉모습은 그대로이고 큰 변화는 없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변신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국내를 대표하는 로컬호텔 중 하나인 더 플라자는 메리어트 계열의 소프트브랜드 ‘오토그래프 컬렉션’으로, 메리어트 계열의 르네상스 서울은 직접 운영하는 로컬호텔 ‘벨레상스 서울’로 한 해를 시작한다.

국내 최초 소프트브랜드, 더 플라자 서울 오토그래프 컬렉션
지난해 9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심경섭 대표이사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사장 크레이그 스미스는 더 플라자의 오토그래프 컬렉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광화문에 새로이 문을 연 포시즌스 호텔 서울과 기존의 글로벌 브랜드인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세계에 진출하고 있는 롯데호텔에 맞서는 더 플라자의 출사표와 같았다.
더 플라자의 선택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2014년 초부터 전 세계 5성급 이상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소유한 호텔체인그룹 11개를 대상으로 후보군을 선정, 최종적으로 메리어트 내 ‘오토그래프 컬렉션’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더 플라자의 조성연 호텔마케팅 사업부장은 “40주년을 맞이하는 더 플라자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호텔 체인의 세일즈 마케팅 네트워크를 적용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기 위해 심사숙고 했다”며 “소프트브랜드인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로컬호텔이 가지는 장점과 체인호텔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호텔을 선보이기에 가장 적합한 브랜드였다”고 밝혔다.

▲ 더 플라자의 새로운 로고. 해외 위주로 사용될 예정이다

실제로 더 플라자는 2007년부터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2010년 리노베이션을 앞두고 그간 편중된 일본관광객 의존도를 걱정하며, 새로운 국가 및 다국적 기업 비즈니스 트래블러 확보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2007년 당시에는 소프트브랜드의 개념이 흔하지 않아, 기존의 브랜드 경영방침을 고스란히 이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기에는 더 플라자가 쌓아온 역사와 브랜드 가치, 철학을 모조리 상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 브랜드 도입을 하지 않았다. 대신 더 플라자는 유럽 미주를 포함한 웨스턴 고객에게 친근한 스타일로 변화를 주기 위해 유럽 디자이너를 활용했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정통적인 호텔에서 모던하고 좀 더 미래지향적인 호텔로 자연스레 바뀌었다. 70%가까이 차지했던 일본관광객수는 자연스럽게 30%미만으로 줄었다. 이는 의도적으로 줄인 숫자가 아니라 자연스레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으로 빨리 변화를 단행, 큰 위기를 넘긴 더 플라자는 세그먼트를 다양화하고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글로벌 브랜드의 장점, 리워즈 프로그램
더 플라자는 오토그래프 컬렉션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얻을 수 있는 큰 장점으로 ‘메리어트 리워즈’를 꼽는다. 메리어트 리워즈 프로그램은 전 세계 5000만 명이 약 4000여 개의 호텔에서 포인트를 적립·사용이 가능하다. 더 플라자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전 세계 메리어트 호텔을 이용할 때 혜택이 늘어나고, 전 세계 메리어트 고객은 서울을 방문할 때 더 플라자를 선택할 수 있는 동기가 추가되는 형태다. 메리어트 고객은 메리어트 소속 호텔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이는 기존의 로컬 호텔로 가지던 국제적 인지도에서 더 플라자가 얻게 될 효과는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월 1일부터 더 플라자는 오토그래프 컬렉션과의 제휴 기념으로 일반적인 마일리지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적립 이벤트를 선보여 메리어트 고객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간 더 플라자는 독립호텔연합인 ‘프리퍼드 호텔 그룹’소속으로 리워즈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하지만 독립호텔연합의 경우 해당 로컬호텔 고객이 다른 연합호텔 이용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져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또 다른 장점은 해외 세일즈망의 확대다. 이에 대해 조성연 호텔마케팅사업부장은 “로컬 호텔이 해외 세일즈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며, “글로벌 체인 브랜드는 해외 주요도시에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꾸준히 고객과 네트워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클라이언트에게 호텔명을 말할 때도 해외 브랜드 소속의 어디라고 하면 훨씬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해외로 연간 한두 번 정도 고객을 찾아 갔지만, 현지 사무소를 통해 네트워킹이 잘 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기존의 한두 번 방문이 꾸준한 관계 후 더해지는 특별한 미팅이 된다는 것이다.

▲ 더 플라자_ 조성연 호텔마케팅사업부장

2016년 1월 1일부터 정식 메리어트 소속, 3년 안에 100% 활용 목표
대대적인 변화를 예상했던 더 플라자는 일상과 다를 바 없이 조용했다. 국내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더 플라자’ 로고를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며, 글로벌 세일즈 등 해외를 대상으로 할 때 새로운 ‘더 플라자 서울 오토그래프 컬렉션’ 로고를 사용할 예정이다. 이는 ‘오토그래프 컬렉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연관이 있다.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로컬호텔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고 기본적인 서비스 인프라에 대해서만 관여한다.현재 더 플라자는 호텔 외관상 큰 변화가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오퍼레이션에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교육이 한창이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오페라’와 메리어트에 최적화된 예약시스템은 ‘마샤’를 사용한다. 11월부터 진행된 교육은 현업과 동시에 진행되어 직원들이 피로감을 느낄만 하나 이를 새로운 기회로 보는 이들도 있다. 로컬호텔만의 자부심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스템상 글로벌 호텔로 이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메리어트와의 제휴를 통해 국제적인 역량을 지닌 호텔리어로 거듭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각기 분야에서 메리어트 시스템을 받아들이며 적응중인 더 플라자는 3개월을 정착기로 보고 있으며, 메리어트 시스템을 100% 활용하여 매출이 정상적인 상태가 되는 걸 3년 내로 이룰 계획이다.

호텔의 독립성 유지? 더 플라자만의 정체성이 더욱 진해질 것
이번 오토그래프 컬렉션의 체결을 지켜보며 일부 관계자들은 더 플라자가 완전히 ‘메리어트 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한다. 하지만 더 플라자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우선 훌륭한 로케이션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 쇼핑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 중심지에 위치한 더 플라자는 지리적 위치만으로도 호텔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는 한국적인 터치, 다양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일반적인 컨시어지 뿐만 아니라 식음관련 ‘다이닝 컨시어지’, 연회관련 ‘웨딩 컨시어지’ 등 호텔을 이루는 각각의 분야마다 전문 컨시어지 인력이 준비되어 있다. 플라자만의 정체성에 대해 조성연 호텔마케팅사업부장은 “한국 정서를 가진 한국인 직원이 제공하는 가장 한국적인 서비스”를 강조하며 “2016년 ‘오토그래프 컬렉션’을 통해 메리어트의 시스템을 체득하며 세계에 ‘더 플라자’를 인식시키고 고유의 로컬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것이 더 플라자의 신년 목표”라고 밝혔다.

▲ 이제는 볼 수 없는 르네상스 서울의 현판

모든 것이 그대로, 이름만 바뀐 ‘벨레상스 서울’
더 플라자의 오토그래프 컬렉션이 강북의 이슈라면, 강남에서는 르네상스 서울의 독립호텔화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 그 동안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어퍼업스케일 브랜드인 ‘르네상스’에 대한 계약을 2015년 12월 31일부로 종료하고 2016년부터 ‘벨레상스 서울(Belle-essence Seoul)’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공개되면서 호텔 명칭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88올림픽 이후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시절부터 꾸준히 호텔을 찾은 고객들은 호텔명의 변경보다는 호텔 매각과 관련한 이슈에 더 중점을 두고 있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현재 ‘벨레상스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2년 정도는 안전히 호텔로 운영이 가능할 예정이기에 오히려 안심하는 눈치다. 무엇보다 그 동안 호텔 존폐의 문제로 원활하지 않았던 연회, 특히 웨딩에 대한 세일즈 강화가 눈에 띈다.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해 강남권에서는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벨레상스 서울이기에 과거 결혼의 명소로도 유명했었다. 호텔 시스템 상으로도 큰 변화는 없다. 기존대로 오페라를 사용하지만 메리어트의 예약시스템인 ‘마샤’를 제외한다. 새로운 부킹 엔진인 ‘페스트부킹(Fast Booking)을 사용할 예정이다.
벨레상스 서울의 한 관계자는 “호텔 직원들 사이에서는 큰 동요는 없다. 베테랑 호텔리어가 많아 다시 한 번 제대로 해보자는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벨레상스 서울의 스테이크 하우스인 ‘맨해튼 그릴’, 뷔페레스토랑 ‘카페 엘리제’, 중식당 ‘가빈’, 일식당 ‘이로도리’, 스카이라운지 ‘클럽 호라이즌’ 등 8개 레스토랑도 기존과 동일한 명칭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새로운 세일즈망 확충이 과제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기존과 동일, 연회 부문에서는 도리어 기회가 된 벨레상스 서울이지만 세일즈 부문에서는 우려가 많다. 우선적으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을 통해 들어온 투숙객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세일즈망 확충이 중요하다. 60~70% 가까이 되던 메리어트 충성고객이 떠나 한동안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딱히 대안이 없다. 비용적인 문제로 다른 글로벌 체인화 되는 것도 이미 불가능한 상태인데다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서울의 호텔 상황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결국, 벨레상스 서울은 기존의 세일즈팀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강남 테헤란로라는 최고의 입지, 5성급 호텔에 걸맞은 다양한 레스토랑과 대규모 연회장, 그리고 꾸준히 호텔을 이용하는 VIP고객 등 벨레상스 서울의 장점은 충분하다. 그 동안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규정에 옥죄어 있던 가격정책 등 새로운 활로를 찾는다면 충분히 로컬호텔로 생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로컬에서 브랜드로, 브랜드에서 로컬로
더 플라자뿐 아니라 강남권 로컬 호텔 중 하나인 더 팔래스 서울 역시 2016년 스타우드 브랜드 ‘쉐라톤’과의 제휴를 염두하고 있다. 스타우드 브랜드로 탈바꿈한 뒤 인근 지역 JW 메리어트 서울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 역시 소프트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호텔업계에 들려오고 있다.
또한 계획했던 리노베이션이 꾸준히 미뤄지며 조만간 브랜드에서 로컬로 바뀔 거라 예상되는 호텔도 있어서 로컬 호텔의 브랜드화, 브랜드 호텔의 로컬화는 2016년 호텔업계에 새로운 화두가 될지도 모른다.